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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일상

노래 하나 만들기까지의 여정

깐두 (DOO KAHN) 2024. 9. 2. 09:00

제 앨범이 드디어 발매를 했습니다!! 

 

앨범명 : 디닷닷(D..) (The 1st Single Album)

아티스트명 : 깐두 (Doo Kahn)

 

수록곡

1. 기도

2. I can be me

3. 소풍

4. 잠

 

작곡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때부터 발매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짧지 않으니 천천히 보세요 :)


정말 자랑스러우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제 곡의 퀄리티가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근데 왜 발매했냐?

 

이 세상에 발매된 노래도 엄청 많은데

발매 안된 노래는 얼마나 많을까요??

 

어떤 사람은 음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어도 곡 발표 한 번 해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저도 매일 연습실에 와서 이런 저런 작업들을 끄적이고 있으면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무한하게 시간만 흘러버리면 어떡하지?'

'시간은 흐르고 내 커리어는 쌓이는 게 없는데 미래가 암담할 것 같기도 하구나'

 

그래도 '내가 좋아하고 해내고 싶은 음악이니까.'

'먹고 살 수만 있다면 버틸 순 있어'

라고 스스로 마인드컨트롤 하면서 뭐라도 했던 것 같아요. 

 

저의 2022년 다이어리를 돌아보면 

"작곡 5곡" 이라고 목표가 적혀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했냐구요? 아니요. 

2022년 6월에는 호기롭게 앨범을 내야지. 라며 다짐했었습니다. 

 


그때 당시에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인 김승호 회장님이

"이루고 싶은 일을 하루에 백 번씩 백일동안 쓰면 이루어진다." 라고 말씀하신 것을 감명깊게 받았었어요.

만약에 이것조차 하지 못하면 그냥 내가 그 일을 그정도로 원하진 않는 거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2022년 백번씩 백일쓰기 미션을 시작했었죠.

성공했어요.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핑계를 대고 미루거나 못했을 법한 상황이 정말 많이 찾아왔어요.

근데 제 목표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2023년에도 연초에 다시 백번씩 백일쓰기 미션을 했었어요.

성공했어요.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노력을 하나도 하지 않았는가? 생각하면 

음악 관련한 강의를 100강의도 넘게 듣고, 오프라인 수업에도 수백은 썼습니다..

책도 정말 많이 사서 읽고 공부했어요. 

그렇게 했다고 해서 꼭 노래가 뿅하고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전 너무 절실했습니다.

그냥 마음같아서는 누군가가 저에게 노래를 하나만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

 

제발 한 곡이라도 멜론에 올릴 수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이런 생각을 매일매일 했던 것 같아요. 

 

연습실, 고시원에서 n년째 전전긍긍하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답답했어요.

 

물론 일을 아예 안하던 것은 아니었어요.

최소한의 수익은 유지하면서 시간을 쪼개가며 음악에 투자했어요. 카페, 청소 등으로 생계 유지를 했습니다.

그리고 경제공부, 자기계발 서적에도 욕심을 내서 아마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이루지 못하는 게 당연했었나? 싶기도 합니다. 

 


자기계발 서적을 많이 읽다보니 제 문제가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환경의 문제가 있다. 

과감하게 하던 모든 일을 뒤로하고 음악에만 전념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하니

2024년, 결국 도망와버렸습니다.

 

서울에서 딱 1년만,, 1년동안 전념해서 아무 결과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음악 하지 않겠다.

란 생각으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버텨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연습실은 25만원짜리 1평짜리 입니다. 

근데 사장님이 청소를 해주면 10만원을 깎아주신다기에 한 달에 15만원.

너무 감사하게도 여자친구가 같이 살아서 집세 부담을 해주겠다고 해서 

원룸은 50만원짜리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말 생활비며 많은 비용들이 필요한데 여자친구의 도움이 없었으면

아마 연습실에서만 먹고 자고 했을 것 같아요. 

골병도 덤으로 얻었을지도 모르죠..

 

근데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은 걱정의 말을 했습니다. 

떠나기 전부터도

'음악 자체가 쉽지 않은 길인데 지금 네 나이에 음악을 한다는 것은 무리수다.'

'노래 만든건 있냐, 한 번 들려줘봐라.'

'돈은 어떻게 벌면서 할거냐'

 

등등

 

이러한 말들은 정말 많이 주기적으로 들었어요.

하지만 저에게 도움이 되는 말들은 아니기에 귓등으로 차단했습니다.

'전념'이라는 책과 '초집중', '몰입' 등의 책들을 보면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것의 힘을 알 수 있습니다. 

환경설정 또한 정말 중요한 전제조건이기도 하죠.

 

그래서 1년 안에 기념비적으로 "나 지금 뭐든 하고 있다" 라고 알리기 위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앨범은 내야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쉽지 않았어요. 

 

 

공모전, 가요제, 지방 콘테스트, 미스터트롯 등등

음악 관련해서 제가 참가할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다 지원하고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커버곡을 하나씩 업로드했어요.

 

근데 돌아오는 건 

탈락, 탈락, 탈락!

무반응, 무관심이 전부였죠. 

 

주변 사람들에게 나 이제 음악한다고 떳떳하게 말했지만

제대로 작곡한 노래 하나 없고, 수상한 공모전 하나 없고, 불러주는 이 하나 없는데

 

누가 저에게 기대를 하겠습니까

 

근데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못믿어도 

나는 나를 믿어야 된다는 말이 있어요.

 

그냥 믿어봤습니다. 

 

그리고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그래도 나를 더 편안하게 만들자.

긴장하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랬더니 곡 하나가 만들어지더라구요.

 

그 곡이 바로 앨범의 3번 타이틀 트랙 '소풍' 입니다.

 
소풍
아티스트
깐두
앨범
디닷닷 (D..) (1st Album)
발매일
1970.01.01

 

여자친구와 한강공원에 먹을 거 조금 싸들고 소풍을 갔었어요.

해가 지면 쌀쌀한 날이었지만 햇볕만큼은 따사로운 날이었어요.

제 연인의 모습이 너무 예뻤고,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짧지만 강렬한 소풍을 마치고, 

연습실로 돌아오자마자 세 시간만에 그 동안 배웠던 것들이 스치면서

그냥 물흐르듯이 노래를 하나 만들어냈어요.

 

이렇게 말하면 뭐 대단한 작곡이라도 한 것처럼 들리시겠지만 그건 전혀 아니구요.

 

여자친구에게는 물론,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들려주었어요.

너무 부끄럽고 민망하고 미치겠었는데

친구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하나는 해냈구나...

 


그 후로 곡이 술술 쓰였냐구요? 

아니요

 

정말 어쩌다 한 번 찾아온 행운같은 거였어요.

그 다음에도 전에 하던 일들을 반복했어요.

 

강의 듣고, 가사 쓰고, 멜로디 써보고, 소스 찾아 넣어보고 등등

그리고 유튜브에도 커버를 올리고

 

그러다가 일이 한 번 터졌습니다. 

 

목이 맛이 나가버린거죠.

 

하루에 하나씩 유튜브를 올리는 무리를 강행하다가

박효신님의 노래를 커버하다 목이 이상함을 느끼고,

쉬면 좀 괜찮아 지겠지 했는데 3일이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원래 쉽게 내던 음정이 목소리가 안나오는거에요.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제 목은 튼튼해서 하루 종일 노래를 불러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걸 30일 넘게 지속하면 누구든 무리가 가고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그냥 망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된 시작도 못해봤는데 

이대로 음악을 접어야하는건가?'

'아직 작곡도 잘 못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또 다시 스스로를 믿자..

시련이 없는 길이 어디있겠는가 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노래를 못부르니

다른 곳에 집중을 하게 되더라구요.

 

작곡에 더 집중하게 되고 시간을 많이 쓰게 되었어요.

확실히 시간이 정직한 게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쓰는 곳이 자연스럽게 실력이 올라가고

그건 나중에 결과로서 보여진다는 것.

 

그래서 요즘에도 저 스스로 항상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데 시간을 정직하게 많이 쓰고 있는가

물어보고 또 물어봅니다. 

 

하루를 낭비했다면 그런 생각이 저를 계속 찔러요.

 

어쨌든 꾸역꾸역 저는 4곡을 골라서 

올해 초에 세운 6월 앨범발매 계획은 또 실패했지만

24년 8월 26일에 싱글앨범 발매에 성공합니다. 

 

 
기도
아티스트
깐두
앨범
디닷닷 (D..) (1st Album)
발매일
1970.01.01
 
I can be me
아티스트
깐두
앨범
디닷닷 (D..) (1st Album)
발매일
1970.01.01
 
아티스트
깐두
앨범
디닷닷 (D..) (1st Album)
발매일
1970.01.01

음원사이트에 '깐두'를 검색하면 이제 제 노래가 나와요.

 

모든 걸 혼자서 해내려 하다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퀄리티도 그렇게 좋지 못한 점이 계속 아쉽습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해본 경험 덕분에

그 다음 앨범은 꼭 더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