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일을 할 때에는 제대로 알고해야합니다.
[무대 조립팀에서 일하고 싶었던 이유]
KBS 무대 세트조립팀을 알바 사이트에서 찾아서 맨처음 고민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전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뮤직뱅크나 전국노래자랑, 나라는 가수, 더 시즌즈, 가요무대 등등
음악관련하여서 무대세트를 기획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니까 저에게 가장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분야에서 알바를 하고 싶었던 거였죠.
제가 어떤 특정 아이돌이나 가수를 광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으니까요.
[대안은 없었는가?]
상경하고 음악관련한 커리어는 하나도 없는 채로 일을 찾아보니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등등의 A&R이나 모든 전문영역은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실력자들을 찾아내고 걸러내기 바쁘고,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훌륭한'사람을 뽑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있는 곳이에요.
출근을 결심한 KBS 무대세트 조립팀은
제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결국 입사]
일단 KBS는 별관, 신관, 본관 이렇게 나뉘어져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본관에 배정이 되었습니다.
음악과 관련이 큰 곳은 신관, 별관, 본관 순입니다.
그리고 일의 힘듦정도는 본관, 별관, 신관 순인 것 같아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단 본관으로 와서 하는 프로그램들은 전부다 음악과는 좀 거리가 멀었어요.
'남북의 창', '세계는 지금', '동물은 훌륭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등
https://khandoo.tistory.com/43
평소에 잘 보지도 않는 프로그램들이어서 꽤 당황스러웠지만
이왕 들어온 거 뭐라도 배우고 최선을 다해봐야죠.
가장 근본적으로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월급이 얼마냐?]
근로계약서는 2024년 최저시급 기준으로 9,860원으로 만근 시 204시간이 되니까 기본급이 2,011,440원입니다.
여기에 철야를 하면 3만원이 수당으로 더 주고(인앤인코리아),
출장을 가면 1박당 8만원(케이아트),
만약에 출장이지만 숙박을 하지 않으면 교통비로 13,333원이 지급됩니다.(케이아트)
저렇게 주는 곳들이 다른 이유는
제 소속은 용역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일은 케이아트에서 하지만 소속은 인앤인코리아입니다.
뭐 중간다리에서 얼마나 떼가는지는 모르겠지만
1년을 일하게 된다면 정직원 전환이 되는데,
그 말은 용역회사에서는 퇴직금이 나오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정직원 월급이 되니 그 수수료가 없으니 월급도 올라간다는 얘기지요.
[급여명세서]
이것은 실제 일했던 업무일지와 급여명세서입니다.
11월은 프리랜서 계약으로 소득세 3.3%를 공제하고 받았습니다.
총 일한 날은 16일 정도이고, 그 중 주간근무는 14일 철야는 두 번 했네요.
식대는 5,000원인데 구내식당이 5,000원입니다.
철야 할때는 구내식당이 영업을 안해서 팀원들이 내야하는데
보통 누가 사주거나 돌아가면서 결제를 해야합니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계산을 하게될텐데
금액이 보통 4~6만원 정도 될거에요.
혼자서 부담하기에는 좀 많긴 하죠..
제 생각에는 그냥 안먹고 혼자 사먹어도 될 것 같은데
편의점으로 떼우는 경우는 3만원 이내가 될 때도 있어요.
그리고 12월에는 일을 좀 많이 했습니다.
대신 사대보험을 가입시켜달라고 요청해서 사대보험으로 많이 공제되니 실수령이 아쉽긴 했어요.
철야만 6번을 했고, 총 근무일수는 20일입니다. 주간근무는 14일을 한것이죠.
철야하고 다음날은 쉬어야 하는 특성 때문에 26일 정도를 채운셈이고
거의 최대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식대는 사실상 내가 쓴 돈을 돌려받는 것이라서 쎔쎔.
단순하게 기본급에 일수를 나누면 일당이 10만원 정도로 계산이 됩니다.
주휴수당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그건 챙겨주지 못한다는 답변을 받았었습니다.
근데 이건 제가 공부가 부족하니까 더 공부해보고 나중에 받을 수 있다면 받아내야죠
[그래서 일은 어떤가?]
무슨 일을 하든 뭐라도 알고, 뭐라도 하고 나와야해요.
저는 일주일 정도 다녀보고 생각한 것은
여기에도 정말 수많은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많구나.
그런 것들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줄여보자.
였습니다.
만약 막내가 들어온다면 교육을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도록 티스토리 블로그에 세트맨 참고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KBS의 자료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비밀번호가 걸려있습니다.)
일은 몸을 쓰기 때문에 몸의 피로도가 꽤 있습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작정하고 일을 배우려고 하면 점점 몸이 덜 힘든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합니다.
똑같은 걸 들어도 자세에 따라서 힘이 두 배, 세 배씩 드는 경우가 있어요.
한 달이 지나니 먹던 욕을 덜 먹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출근할 때 오늘은 뭘 할 지가 거의 정확하게 그려진다는 것이죠.
물론 방송 촬영 시간이 변동이 있어서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거의 정확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몸살이 한 번 나는데
새로운 일에 적응하려면 몸살 한 번 정도는 겪습니다.
그 다음부터 알이 베기던 것도 사라집니다.
[더 자세하게 얘기해달라]
하루종일 몸 쓰고 무거운거를 나르는지 궁금하시죠?
아니요.
오히려 근로계약서에도 이미 휴게시간을 낮에는 2시간 밤에는 4시간이라고 적혀있지 않습니까
주간근무는 9시부터 일을 시작해서 11시면 밥을 먹으러 갑니다.
덜 쉬는 일은 없고, 더 쉬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부터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유능한 팀장님과 사수가 있으면 일은 순식간에 끝낼 수 있어요.
5시면 씻으러 가고, 시간 맞춰 잘 퇴근합니다.
철야근무도 촬영만 늦게끝나지 않으면 열두 시 전에는 거의 무조건 끝납니다. (하지만 신관은 늦게 끝나는 일이 많아요)
그리고 부사수가 일을 잘해야 시너지가 좋습니다.
무거운 것을 나르는 게 처음에는 너무나도 힘들고 위험해 보였는데
쭈구리고 바닥에 있는 작은 것을 깔고 테이프바르는 일이 더 힘들정도로
무거운 걸 나르는 건 문제가 안됩니다.
절대 못 들것 같은 것들은 사람이 여러명 붙거나 기계로 올리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 여기서 계속 일하고 있냐?]
당연히. 돈이 계속 필요해서라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있습니다.
다른 이유를 말하자면,
무대세트를 조립하면 다른 팀들이 연달아 들어오고 촬영하고 빠집니다.
근데 조립팀은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해야하는 팀이에요.
제일 먼저 조립하고, 제일 나중에 해체해야하죠.
그럼 방송을 찍는 일련의 과정을 다 볼 수 있습니다.
전 이 과정을 유튜브 제작과정과도 일맥상통 한다고 생각해요.
기획? 연출? 이런 걸 배울 수 있다는 헛된 꿈은 주지 않아요.
그건 개인이 직접 공부하고 배워야 하는 부분입니다.
누가 가르쳐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보고, 다 찍고 버려진 대본을 볼 수 있고,
출연자들이 언제 오고, 세트를 세우면 어떤 팀들이 오고,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
카메라는 어떤 앵글로 찍고 몇 명이 들어오며
프로그램에 따라서 사람이 대체 몇 명이나 필요한지도 보이고
결국 그건 돈으로 이어지고 전체적인 규모가 보이죠.
그럼 방송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써서 얼마를 남기는지도 보일 것입니다.
그걸 세세하게 다 하나하나 다 알 것 같을 때
내가 그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다 챙겼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루만에도 그만두고 한 달만에도 그만두죠 당연히]
벌써 제가 있는 두 달동안 6명의 신입을 봤는데 다 그만뒀습니다.
하루만에도 그만두고, 3일 돼서도 그만둡니다.
심지어 아침에 나와서 오후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뭐 어딜가나 그렇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내 인생에서 절대 맞지 않다 생각하는 일은 빨리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할 수도 있죠.
저도 알바는 많이 알아봤고, 하고 싶은 곳들 몇 군데에 면접을 본 것이고
그 중에서 된다는 곳에 왔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일도 함께 병행하면 되죠.
이 일을 하면서 5키로 빠졌습니다.
하루에 2만보씩 찍히거든요.
그리고 밥만 조금 조절하니까 쭉쭉 빠지네요?
다이어트가 이렇게 쉬운거였나..
각설하고, 전 이 일을 평생할 생각 없습니다.
앞에 말씀드렸듯이 전 음악을 하는 사람이에요.
지금도 이 일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고, 음원 컨텐츠 제작도 하고 있고,
제 개인 앨범도 발매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25.02.03(월)에 제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됩니다.
제 첫번째 앨범인데 꼭 들어봐주세요 :)
모든 일상에서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는데 그 기회가 왔을 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은
단 몇 초밖에 없으니까요.
내 평소 자세가 곧 보여지는 자세인 거잖아요.
전 이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일한 사람은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근데도 전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송국에 있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일까지도 다 이해하고 싶더라구요.
어쩌다 보니 그 사람들도 세트팀에게 요청하는 것들이 있고,
세트팀에도 제작, 작화, 조립 팀이 있거든요.
제작은 말그대로 세트를 제작하는 것이고,
작화는 페인트칠, 코팅지 바르기 등의 일을 하고
조립은 세트를 조립하는 팀이에요.
자영업을 하면서 페인트칠은 많이 해봤고,
직영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목공도 옆에서 어깨 넘어로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방송국.
장르가 다릅니다. 똑같게 하던 일들도 다 방송에 맞춰져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방송에 초점을 맞춰서 효율화되어있어요.
제가 예전에 만들었던 백패킹영상이에요.
근데 지금 방송국에 있으면서 세트제작부터 방송송출까지의 과정을 보면
배우고 느끼는 게 정말 많아요.
[핵심은]
본질을 보세요.
여기서 본질은 제가 직접 해본 경험들을 새로운 경험과 연결시키고,
그리고 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시야를 얻고,
그 시야에 해당되는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이에요.
제발 처음부터 대단한 회사를 들어가기 위해 아까운 시간을 버리지 말고 (적당한 시간을 투자하는 건 너무 좋죠)
모든 경험을 귀하게 여기고,
내 생활을 잘 관리하고,
돈을 몹고,
내 자신감을 키워가세요.
그리고 무언가 쌓이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세요.
저는 그게 독서, 글쓰기라고 생각하고
요즘에는 유튜브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시작하고, 되는대로 적고 배우고 하세요
과거에 내가 얼마나 빙시같았는지도 볼 수 있고
정 보기 쪽팔리면 비공개로 돌리면 되잖아요
당장 돈이 안되면 어때요
저처럼 이렇게 그냥 자기를 홍보하고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그걸로 된거죠.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은 저랑 어느정도 연결고리가 생긴거에요.
만약에 제가 세트맨으로 다니고 있는 동안 들어오셔서 저를 만난다면
꼭 아는체 해주세요
그 인연은 아마 아주 오래갈겁니다.
https://youtube.com/@singingdoo?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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