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세트맨 적응하는 방법
처음에 오면 거의 미로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일주일만 있으면 거의 가던 곳만 가기 때문에
구조를 이해하고 길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시작하자마자 어려운 일을 시키는건 불가능하다는 걸 선배나 팀장들은 다 알아요.
어차피 이곳 구조 적응 하는 동안에는
딱 ‘뭘 밀어라’ ‘날라라’ ‘들어라’ ‘가져와라’ 등
단어도 잘 모를 것이기 때문에 단어들을 숙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단순한 업무만 시킵니다.
만약에 이때 적응을 더 빨리 하고 싶으면
스케쥴표를 사진 찍어두세요
그리고 딱 점심시간과 출근시간에 이 일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으로 30분만 투자하세요. 완성되었거나 조립중인 스튜디오를 한 번씩 돌아보세요.
프로그램 풀네임을 숙지하기에도 좋고
어떤 스튜디오에 어떤 프로그램들이 들어가는 지도 알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더 잘 알게 될거에요.
그 다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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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프로그램을 조립하고 철거하는 데에는 딱 4명,
두 조만 있으면 충분히 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누가 한 쪽을 하고 있으면
다른 조는 반대쪽을 하게 되겠죠
벌써 외우려고 하지 마세요
딱 같이 하는 사람이 취하는 자세를 정확하게 따라하려고만 노력하세요. 자세는 어떤 일을 하던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평판이면 얇은 평판, 긴 평판, 두꺼운 세트 등
세트를 나르는 자세. (손 위치, 등허리, 다리)
여러 사람들이랑 일하게 될텐데
가능하면 모두의 자세들을 따라하고 나에게 맞는 자세를 찾아가보세요. 어디가 안불편해야 맞는겁니다.
한 달정도는 자세만 연습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다음부터는 프로그램들에 필요한 것들을 눈치껏 챙겨봅시다.
테이프면 테이프, 사다리, 구르마(아시,36,T,ㄱ), 각재
갯수를 정확하게 파악할수록 더 편해지고 좋아요.
이때는 도면도 보기 시작하는게 좋아요.
도면을 보면서 일단은 니주와 아시가 몇장일지 계산해보고, 가능한 정확하게 예상해보세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내 근무 스케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올겁니다.
그 다음부터는 오늘 하루는 뭐뭐 할 것인지 회의에서 말하는 것만 들어도 딱 알아들을 수 있게 돼요.
욕을 먹기 시작할 텐데 욕도 어느정도 하려는 애들한테 합니다. 되게 안좋은 관행이지만 내가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괜찮을거에요.
그럼 딱 정체기가 옵니다.
일은 열심히 하는데 왜 더 늘지 않지?
그건 혼자서 어떻게 시작할지 생각해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본을 무슨 기준으로 어디서부터 얼마나 깔아야 하나
도면을 보면서도 잘 모르겠다면 아직 먼거에요.
완성된 스튜디오에서 직접 표시를 덧방해보면 빨리 늘어요.
그러면 세트들을 어느 순서로 하는지 숫자도 표시해보고 나만 알아볼 수 있도록 테이프로 표시도 해보면 어느샌가 순서를 익히게 되고, 갑자기 또 실력이 급상승합니다.
이제부터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으면 안돼요.
사수의 위치에서 세트를 세워보면 또 엄청나게 힘들겁니다.
이제 망치질도 꽤 늘었을거고요
움직임에도 군더더기가 없어질거에요
그럼 적응은 끝!
이제부터는 점심시간에 하고싶은 걸 하고 퇴근하고 나서도 하고싶은 일에 에너지를 쏟길 바랍니다.
좋은 체력을 얻고, 무슨 일이든 그 과정에서 뿌듯함과만족감을 찾아보세요.
여기까지 읽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무엇이든 잘 해낼 사람일겁니다.
다치지 마요 🥺
